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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

홍명보·축구협회 향후 거취...뚝심은 성공해야 인정받는 것

by 아이언맨65 2024.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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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 뉴스1

 
논란 끝에 취임한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의 첫 데뷔 경기는 '실망감'이라는 표현보다는 '황당함'을 안겨준 채 끝이 났습니다.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 FIFA 랭킹에서도 70단계 이상 뒤쳐진 상대에게 비긴 것이죠.
 
사실 이 경기는 대량 득점으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에게 말입니다. 국민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승리해야 감독 선임과정의 독단성과 자질논란이 누그러질 거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사퇴요구와 함께 야유를 보냈던 팬들도 머쓱해졌을 것이고, "맘에는 안 들지만 한번 참고 지켜봐줘야겠네."라고 했을 겁니다.
 
축구팬들의 마음도 사실은 복잡합니다. 월드컵 예선에서 자국 팀이 지기를 바라는 팬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객관적인 전력 차이를 고려할 때 당연히 이길 것이고, 이기기를 바라지만,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칠 때 따끔하게 질책해야겠다고  대부분 벼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경기결과는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황당한 결과가 나왔고, 기다렸다는 듯이 맹비난이 터졌습니다. TV에 비친 홍명보 감독의 얼굴을 보면서 저 마음이 어떨까, 연민이 들 정도였습니다.
 

반전의 계기가 돼야 했던 경기

 
축구는 다른 그 어떤 종목보다도 팀워크가 중요한 단체 스포츠입니다.
 
이런 단체 경기에서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각자에 맞는 포지션을 부여하고 적절한 전술을 수립하는 역할에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평소에 선수들과의 깊은 유대를 통해 신뢰를 쌓고, 때에 맞는 격려와 동기부여로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만,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홍명보 호는 성난 팬들의 반발과 심지어는 예전에 그 휘하에 있던 선수들의 반대 속에서 억지로 취항했고, 그렇게 흔들리는 배 위에서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리 만무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기는 반드시 압도적인 승리에 이어, 온갖 미디어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홍감독 자신과 선수들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반전의 기회가 됐어야 했습니다. 현격한 실력차이를 감안할 때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했었고요.
 
홍명보 감독이나 축구협회도 간절히 바랐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반전의 기회가 아니라, "차라리 져라"는 저주의 결과가 되버렸네요.
 

뚝심은 성공했을 때 인정받는 것

 
어쨌든 이번 결과를 계기로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도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를 도모해야 할 듯 싶습니다.
 
여론이나 팬심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도 문제지만, 정해진 절차나 상식을 벗어난 독단적 결정은 그 반발의 정도만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공정과 절차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나갈 땐, 상응하는 큰 결실을 얻어야만 '탁월한 판단'이었던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른바 '뚝심'으로 불리는 주관적 결정은 성공했을 때 인정받는다는 이야깁니다.
 
이번 경기만 본다면 축구협회나 정몽규 회장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뚝심'이 아니라 '독단'이 돼버렸네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좋은 변화를 통해 점차 나아지는 대표팀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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