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구가 지난해 반짝 상승을 했다는군요. 전년대비 8만여 명이 늘었다는 건데, 알고보니 3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인구수가 늘어서 그렇답니다. 내국인은 10만 명이나 줄었고요.
내외국인을 모두 집계한 총인구가 계속 감소해왔는데, 외국인 유입 덕분에 인구가 눈곱만큼 늘었으니 그나마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반짝 현상일 뿐 지속적인 감소세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인구감소는 주로 비수도권에서 이뤄지는데 그 때문에 총인구 가운데 비수도권 인구 비율은 지난 2014년 50.6%에서 2023년은 49.3%로 감소했습니다.
시골지역뿐만 아니라 지방도시들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억지로 공공기관을 이전한 혁신도시는 그나마 덜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은 인구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도시는 커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구가 줄어가는데 도시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언뜻 보기엔 좋은 신도시 혹은 신도심 때문입니다. 어느 지방도시를 가더라도 거대한 아파트 단지와 깔끔한 상가로 구성된 신도심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각종 편의시설과 잘 정돈된 인프라가 수도권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돕니다.
이런 신도시는 질 좋은 주거지를 공급한다는 경제적 목적과, 눈에 보이는 번듯한 치적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기에 끊임없이 공급됩니다. 또 집값이 불안정할 때도 신도시 건설은 예외없는 필수 처방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인구가 줄어가고 특히 비수도권의 인구감소가 심하다는데, 온 천지에 신도시가 생기면 누가 들어가지?
인구가 정체되거나 심지어 감소하고 있는 지역에서 신도시가 자꾸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목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표에서 보여지듯 목포 인구는 최근 10년 사이에 2만명 이상 줄었습니다. 그런데 도시규모는 훨씬 커졌습니다.
유달산 주변의 구도심이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90년대 후반부터 하당 신도시가 본격 개발돼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 평화광장 같은 해변공원들이 조성돼 사실상 목포의 경제 중심지가 됐죠.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5년에는 전라남도청이 무안군 남악리로 이전하면서 남악 신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도청, 경찰청, 교육청, 법원 등이 들어서 행정중심지가 됐습니다.
인구증가 없는 도시 평면적 확대로 경제활력 감소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 평면적이 계속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구축과는 비교가 안 되는 멋진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어디서 유입될까요. 목포에 새 아파트 지었다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몰려올까요? 결국은 목포 시민들의 몫일 건데, 아무래도 구도시 주변에서 옮겨가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또, 하당 신도시 상권은 계속 활황일까요? 상권의 활력도 다시 남악 신도시로 분산되면서 예전만 못할 겁니다.
도시가 자꾸 커지면 그나마 줄고 있는 인구가 분산되면서 길거리에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거고, 그래서 장사가 잘 안 될 거고, 편의시설과 공공시설도 구도심 혹은 상대적으로 구도시에서 점차 사라져 갈 것입니다.
신도시 건설로 인구에 비해 주택이 과잉 공급되면 미분양 우려도 커질 것입니다.
구도심 활용을 적극 고려할 때
과거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에는 신도시 건설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경제성장에 따라 질 좋은 주택을 원하는 수요에도 합당했고요.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른데도 자꾸 신도시를 만들면, 구도심을 유령도시로 만들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구도심의 적극적 활용을 고려해야 할 땝니다. 이를테면, 공공기관들도 자꾸 신도시를 만들어 입주시킬 게 아니라, 구도심의 빌딩을 리모델링해서 재활용해야 합니다.
전통을 토대로 현대화한 건물이 새 건물보다 훨씬 매력있다는 것은 다른 선진국의 예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신규 주택도 구도심의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온갖 이해관계 조정이 힘들어 골치 아프다며 빈 땅에 새로 짓는 게 훨씬 편한 선택일 지 모르지만, 그것은 인구감소 시대에 도시에 흉물을 남기게 되는 나쁜 선택입니다.
도시재생을 진영논리로 폄하할 게 아니라, 진짜 도시를 살리는 선택으로써 그 효율적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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