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려 눌렀는데 분노 유발, 자동차 경적 양날의 검

 

옆에서 경적 울리길래 화냈는데 알고 보니....

 

 
자동차 경적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분쟁을 일으키는 양날의 검 같은 장치입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네요.
 
겨울에 차를 운전하던 중 외투가 너무 거추장스러워 벗고 운전하려고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외투를 뒷자리에 툭 던져놓고 다시 차를 움직이는데, 옆에서 택시가 경적을 계속 울리면서 따라붙더군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습니다.
 
창문을 열고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봐! 당신 지금 내가 잠깐 갓길에 차 세웠다고 시비 거는 거야?"
 
정말 한 번 해볼 요량으로 고함을 쳤는데, 택시기사가 바로 응수하더군요.
 
"그게 아니라, 아저씨 차 지붕에 휴대폰이 놓여 있다고요."
 
순간, 민망해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알고 보니 외투를 벗으면서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을 차 지붕에 올려놓은 채 다시 출발한 거였습니다.
 
휴대폰 뒷부분에다 고무스티커를 붙여 놓았기에 그나마 떨어지지 않고 버틴 거였습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금세 공손하게 사과를 하는 내 모습이 얼마나 창피하던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신호 대기 중 차량에 경적 울리다 벌금 물어 

 
예전엔 수시로 크게 울리던 자동차 경적소리, 요사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 이유는 자동차 문화가 성숙하면서 경적 울림에도 매너가 있다는 걸 많이 인식해서겠죠.
 
그런데 경적은 매너일 뿐 법적 규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은데, 그건 아닙니다.
 
먼저 소리의 크기는 소음 관리법에 따라 중형차 이하는 110dB 중대형 이상은 112dB 이하로 규정돼 있고, 위반하면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사용방법에 대한 규제도 법에 나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도로교통법 제49조의 내용을 보면, 운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키지 말아야 하며, 반복적이거나 연속적으로 경음기를 울리는 행위도 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승용차의 경우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여기서 흔히 겪는 사례 한 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교차로 맨 우측 차선은 직진하는 차량과 우회전하는 차량이 같이 대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진 차량이 신호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 차량이 비켜달라며 가끔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칫하면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운전자는 이 상황에서 30초 이상 연속적으로 경적을 울렸다가 난폭운전으로 판단돼 법원에서 3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습니다.
 

최소한의 사용이 경음기 기본 매너 

 
경적은 아무리 잘 사용한다 하더라도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간접적인 공격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제 개인의 경험도 이야기했지만, 다른 차의 주유구 혹은 트렁크가 열려 있거나 졸음운전이 의심되는 등의 문제 상태를 알려주려 경적을 울렸더라도, 이유를 모르는 상대는 일단 공격으로 생각하고 불쾌감을 느낍니다.
 
요즘 헤드라이트의 깜빡임은 감사의 표현으로도 인식되지만, 경적은 아직 그렇게 상식으로 용인된 신호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사용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때만 활용한다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인도가 따로 없는 차도에서 앞에 걷는 사람이 운행을 방해할 경우, 정말 짧게 한 번 울려주는 것은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겠죠. 
 
요즘 차들의 엔진음이 하도 조용한 데다, 이어폰을 낀 보행자들이 많다 보니 그럴 땐 반드시 경적이 필요합니다. 
 
경적은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