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서양 공중화장실은 개방형 구조 ... 옆 사람과 담화
화장실을 소재로 한 이색 박물관인 수원 해우재를 다녀왔습니다.
동서양의 온갖 화장실 형태를 시대별로 정리해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더군요.
이색적이면서도 원색적이며 해학적인 표현에 호기심과 함께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그중에 1,2천 년 전 동서양의 공중화장실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용변을 본다는 게 지금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은밀하고 감추고 싶은 일일 거라 생각해 왔는데, 밀폐된 공간 없이 변기들이 쭉 나열돼 있는 모습에 놀랐네요.
용변을 보면서 옆 사람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걸까요.
아무래도 현대인들보다 조상들이 훨씬 개방적이었거나, 아니면 자원의 부족으로 프라이버시를 포기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최초의 백제 왕궁리 공중화장실은
'수세식'
백제 때 조성돼 고려시대까지 운영됐다는 왕궁리 화장실은 한국 최초의 공중화장실이라고 합니다.
왕궁내 거주했던 궁인과 관리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화장실은 놀랍게도 수세식 화장실이었습니다.
나무판자 변기에서 볼일을 보면, 용변은 그 아래로 흐르던 물에 의해 하수도로 모인 뒤 성 밖으로 배출됐습니다.
뒤처리는 물항아리에 담겨있던 막대기로 했다는데, 이 막대기는 공용이어서 요즘 관념으로 보면 비위생적이지만, 그 당시로는 꽤나 위생적인 시스템이었겠죠.
이런 시스템은 고대 로마의 화장실과 매우 유사합니다.
로마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공중화장실이 있었으며, 열쇠 모양의 변기 위에서 용변을 보면, 조금 위쪽에 있던 목욕탕에서 나온 물이 경사로를 따라 변기 아래로 흐르면서 오물을 씻어내려 갔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변기 앞에 놓은 커다란 물확에서 막대기를 씻어서 뒤처리를 하는 것도 닮아 있습니다,
시대적으로 볼 때 훨씬 앞에 있던 로마의 문물이 전파된 것일까요.
그보다는 사람들 생활 습성의 공통점이 만든 유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중화장실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다 보니, 놀랍게도 현대에도 비슷한 형태의 화장실이 존재하고 있군요.
바로 중국의 개방형 공중화장실인데요, 아래 그림을 보면 정말이지 비슷하지 않습니까.
칸막이가 없고 수세식인 점, 구조적으론 보면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이런 형태의 중국 화장실은 외국인에게는 '경악의 공간'으로 불리고 있는데,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가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화장실 혁명을 추진해 이 같은 개방형 화장실을 단계적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중국의 개방구조 공중화장실
외국인에겐 '경악의 공간'
부끄러움의 대상은 그 당시의 문화 차이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인에 대한 역사의 흐름이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쪽으로 발전돼 왔다는 점을 고대 공중화장실의 모습을 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백, 수천 년이 지난 현대에서도 고대 공중화장실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도외시된 '배설 문화'의 오랜 견고성을 엿볼 수 있어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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