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과 외부 인식의 부조화에 따른 분노
인종차별에 관한 기사가 수시로 나오고, 나올 때마다 화제의 수위를 점하고 있군요.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복잡 미묘합니다.
후진국과 개도국 시절, 그것은 기분 나쁘지만, 우리가 주변국의 동양인으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위상은 어떤가요.
3050, 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이상 7개 국중 하나
군사력 세계 5위, 종합국력 세계 6위
차세대 3대 산업 대량 생산 유일 국가
인구 5천만은 강국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도시국가 같은 작은 나라를 제외하고 인구 5천만이 넘으면서 소득 3만 달러 이상의 국가는 전 세계 단 7개국에 불과하고 그중에 하나가 한국입니다. 그것도 벌써 2018년 이야기이고요.
글로벌 파이어파워 등 세계의 여러 분석기관들은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5위, 종합국력을 6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같은 차세대 3대 산업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면서 K-컬처는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부심을 가질 만한데, '감히 우리에게 인종차별을 하다니'하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죠.
손흥민 이강인뿐만 아니라 이서진 등 유명 연예인이 당하는 인종차별
국력 못지않게 건국 이래 정점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축구의 글로벌 스타인 손흥민과 이강인의 인종차별 소식이 그렇게 화제가 되는 것도 바로 실질적인 국격에 맞지 않는 외부 인식의 부조화 때문입니다.
최근 기사를 보니,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을 빚었던 토트넘의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군요.
그는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방송진행자의 말에 대해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갖다 줘도 모를 거예요.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어요"라고 말했었죠.
사실 이 농담은 서양인의 내면뿐만 아니라 실제 인식에서도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은 각각 얼굴을 보고 차이를 구별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양인의 눈엔 동양인들이, 동양인들의 눈엔 서양인들이 실제로 다 비슷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표현이 심각한 인종차별로 인식된다는 것은, 첫째 서양인들의 내면에 유색인종에 대한 우월의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과, 둘째 그것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유럽사회의 가치에 어긋나기에 금기어라는 것을 방증하는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미권에서 말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은연중에 인종차별이 벌어지는데, 눈을 찢는 전형적인 행위에서부터, 행사장에서 서양 배우들에 비해 동양 배우들에 대해 차별적 의전을 하는 등의 행위도 인종차별을 담고 있는 것이죠.
인종차별은 국가 이념 계층 종교가 복합적으로 작용
인종차별은 사실 인종적 우월감뿐만 아니라 국가, 이념, 계층, 종교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단편적으로 해석하긴 힘듭니다.
미국에서 1년가량 지낼 적에,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대학부설 무료 영어교실에서 큰 소리가 들리길래 가 봤더니, 공산당 간부 출신의 중국인 남성 유학생이 백인 남성을 앞에 세워놓고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치고 있더군요.
중국인 남성은 학생이고 백인 남성은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5분 늦게 왔다며 학생이 선생님을 호통치며 혼내는 장면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빚어낸 소황제 의식과 중화주의, 그리고 특혜에 물든 공산당 간부가 우월감을 갖고 백인 선생님을 혼내는 모습이었습니다.
백인 선생이 모욕감을 토로했다는 후문이 들렸는데, 알고 보니 그 중국인은 모든 외국인을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하더군요.
트럼프 호 출범, 미국 백인 우선주의로 인종차별 심화할까 우려
인종차별은 PC(정치적 올바름) 주의가 가장 금기시하는 영역이며, 그에 관계없이 인류애적 측면에서도 마땅히 없애야 할 행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나친 PC주의에 지친 유권자들이 대거 트럼프를 지지해 당선시킴으로써, PC주의의 퇴조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인종차별 금지는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맥락상 PC주의와 상당 부분 연결돼 있기에, 미국 우선주의, 백인 중심주의 노선이 자칫 인종차별에 대한 압박을 느슨하게 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인종차별은 겉보기와 달리 매우 복합적입니다.
같은 인종 내에서도 계층적 차별, 종교적 차별, 지역별 차별이 있고, 선진국의 흑인들이 개도국의 백인이나 동양인을 차별하는 일 또한 빈번합니다.
글로벌화에 따른 복합적 문화 충돌이 만들어 낸 인종차별 현상이, 갈수록 극단화하고 대립하는 세상에서 어떤 변이를 겪어 나갈지 우려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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