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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

탄핵사태로 본 민주주의 수명, 20년이 고비 50년 존속 드물어

by 아이언맨65 202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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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과 탄핵안 가결, 민주주의의 시험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비상계엄 선포 11일만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네요.

 

하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잿빛 파장과 깊게 파여진 상처는 상당기간 지속될 겁니다. 

  

비상계엄 파동은 우리에겐 수 십 년간 눌러놨던 군부 독재 트라우마를 상기시켰으며, 잠깐의 선진국에서 순식간에 독재와 폭력이 난무하는 후진국 국민으로 전락한 듯한 상실감을 안겼습니다.
 
이번 파동과 관련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 정치포럼에 참석해 한국 계엄 사태를 언급했다는군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민주주의 유지하는 건 어렵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봐라"


그는 민주주의의 유지가 쉽지 않다면서 "이번 주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라."라고 했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 국민 역시, 숨 쉬는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한 듯 누리고 있던 민주주의가 의외로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놀라고 있습니다.
 

3권 분립 민주주의 미국이 200여 년, 우리는 고작 37년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태동했다지만, 입법 사법 행정 3권 분립을 담은 근대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 이후 제정된 미국 헌법을 통해 기틀이 잡혔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200년을 넘어 지속된 반면,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87년 정치민주화 이후부터 지금까지 겨우 37년에 불과한 셈입니다.
 
군부독재와 민주화 항쟁 그리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한꺼번에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얻은 결실입니다.
 
민주주의를 누린 지가 37년 밖에 안 되는데, 우리는 마치 원래부터 있어왔던 당연한 체제인양 느끼고 향유해 왔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가 너무 급속한 성취에 익숙해 왔기 때문에, 37년을 매우 긴 시간이라 인식해서 일 겁니다. 
 

선거 통한 민주적 정권교체보다 폭력적 교체가 전 세계 다수  

 
민주주의는 오바마가 말한 것처럼 절대 견고한 체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에 관한 탁월한 연구자인 아담 쉐보르스키 교수는 민주주의를 '흔치 않고 취약한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3권 분립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를 확립한 17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200번가량의 정권 교체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 1,200 번의 정권교체 중 폭력적 교체가 과반 

 

그중에서 선거에 따른 민주적 정권교체가 570 건인 반면, 쿠데타를 통한 폭력적 정권교체가 610 건으로 더 많았습니다.
 
또 국가별로 따져보면, 권력을 한 번도 다른 정권에 넘겨준 적이 없는 국가가 70개 국에 육박한다고 그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하디 약한' 민주주의, 50년 이상 장기생존 확률 낮아

 
민주주의를 시작한 국가에서도 민주주의의 존속 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아래 표를 한번 보시죠. 
 

아담 쉐보르스키 교수의 분석

 
이 표는 민주주의를 도입한 국가에서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연간 단위로 분석한 것입니다.
 
그래프는 민주주의 도입 이후 20년 안팎까지는 존속확률이 크게 올라가지만, 그 이후부터 급속히 떨어져 5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민주주의 도입 이후 20년까지는
지속가능성 올라가지만
그 이후부터 급락 

 
민주주의 형성에는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쉽게도 그만큼 견고하지는 못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확률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파동을 겪은 지금의 한국은 과연 위의 표에서 어디쯤에 와 있을까요.
 
존속확률이 가장 높은 20년을 지나면서 체제 지속 가능성이 급속히 떨어지는 비교군에 한국이 들어간 건 아닐까요.
 
여기서 한 가지 다행인 사실은 부유한 나라일수록 민주주의 지속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입니다. 

부자나라일수록 민주주의 오래간다 

 
쉐보르스키 교수는 1970년대 중반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아르헨티나보다 높은 국가에서는 단 한 군 데도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이면서 소득 3만 달러 이상인 전 세계 7개국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
 
그래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견고한 것일까요.
 

양극화와 포퓰리즘이 현대 민주주의 붕괴 원인, 한국은?

 
소득은 높지만, 우리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현대 국가에서 민주주의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양극화와 포퓰리즘이기 때문입니다.
 
어떤가요.
 
우리는 불행하게도 둘 다 확실히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붕괴 원인- 
1.정치 양극화
2.포퓰리즘    
"한국은 둘 다 가졌다"

 
경제양극화에서 비롯된 정치양극화가 극단적인 갈등정치를 분출하고 있고, 그 와중에 내 편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국가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존속과 붕괴라는 양 극단의 결정적 요소를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한국.

 

비상계엄의 빌미가 된 정치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통령 탄핵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우리가 오랜 진통 끝에 구축한 민주주의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말처럼 다양성과 차이에 따른 갈등을 인정하되, 그 갈등을 조율과 협치를 통해 해결하는 정치력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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