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디자인, 예전엔 두루뭉술 지금은 역동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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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자동차들의 외부 디자인을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오죠. 특히 한국차의 디자인은 정말 "언제 저랬냐" 싶을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발전이 아니라 그냥 세계 최고 수준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 디자인 대회에서도 수많은 수상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피터 슈라이어나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 같은 뛰어난 디자이너들을 과감히 영입했던 부분이 큽니다.

강판·금형의 한계로 두루뭉술한 디자인

뛰어난 디자이너가 아무리 미려한 디자인을 했다하더라도 그 디자인을 기술적으로 구현해낼 수 없다면, 그 디자인의 효용성은 급감합니다.

화려하고 유려한 디자인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소재와 기술이 뒷받침돼야 빛을 발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 예전 차들의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보죠.

이 차들을 보면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합니다. 일부러 이런 디자인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기술로는 보다 멋있게 하려해도 할 수 없었던 한계가 작용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동차 외장재로 쓰이는 철판의 품질이나 그것을 찍어내는 금형기술이 화려한 디자인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이야깁니다.

그냥 금형 틀을 만들어서 프레스로 콱 찍어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강한 힘으로 누르는 순간, 철판에 원치 않는 변형이 오거나 심지어는 찢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섬세한 디자인을 철판이 견뎌줘야 하는데, 모양이 복잡할수록 철판은 취약해집니다. 과거엔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용 강판의 강도나 연신율 등이 지금처럼 뛰어나지 못했기에 성형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철판에 큰 손상을 가하는 역동적인 디자인보다는,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두루뭉술한 디자인을 자동차 업체가 더 선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장력, 초고장력 강판 나오고 프레스 기술 향상

나온지 좀 됐지만 아반떼의 이 디자인을 한 번 보시죠. 예전과는 많이 다르죠. 어떻게 저런 선과 면을 만들어냈는지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무난하게 타는 소형 승용차가 아니라 스포츠카가 연상될 정도로 역동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는 국산 자동차용 강판과 프레스 금형기술의 발전 때문입니다.

일반 강판에다 망간이나 크롬 등의 원소를 추가하여 연신율과 강도를 높여 성형성을 크게 개선한 고장력강판, 초고장력 강판 등이 나왔고, 그것을 찍어내는 금형 기술 역시 일반 프레스의 성능 향상에 더해 핫스템핑, 하이드로포밍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됐습니다.

디자인의 자유 크게 확장...각·면 마음대로 구성

소재와 기술이 발달하니 디자인의 자유가 크게 확장됐습니다.

직선이나 곡선을 마음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예전보다 아름다우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 소비자의 기대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디자인이 봇물처럼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기아의 K8이나 KGM의 액티언도 직선과 곡선, 곡면과 평면이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조화를 이룬 모양새로 나왔습니다. 예전같으면 소재와 기술이 달려서 평면이나 두루뭉술한 곡면을 억지로 써야 했겠지만, 지금은 차마다 지향하는 정체성에 맞게 모든 면의 모양을 원하는 대로 적용하게 된 것입니다.

소재와 금형기술의 발전에 힘을 얻은 디자인은 제네시스 같은 고급차 라인에서 더 화려하게 만개합니다. 인장강도와 성형성이 매우 뛰어난 강판을 통해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선의 조화가 발현됩니다.

자동차는 소유자에게 안전한 이동과 편의장치의 즐거움, 더 나아가 경제적인 성취감을 선물해주는 내구재입니다.

집 다음으로 고가의 재산인 동시에, 어떤 이에게는 집 다음으로 오래 머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자동차의 선택에는 수많은 고려요소가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엔진성능이나 편의장치, 안전성 등에서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만큼, 디자인은 상품 선택의 차별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층 진화된 소재와 성형기술을 잘 활용해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디자인 창출능력이 일류 업체의 기준이 돼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