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동산 불패신화'는 어떻게 보면 수많은 희생자의 후회를 토대로 형성된 것입니다.
희생자라니요.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본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 정책을 믿고, 아니면 스스로의 논리나 비관론 전문가의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았는데, 결국 돌아보니 집으로 재테크 한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입니다.
아내 말 잘 들은 사람이 성공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부동산 자산이 튼튼한 가장들의 특징을 주변에서 살펴보면 대체로 아내 말을 잘 들은 사람들이더군요. 웃기는 말이지만 그런 것도 있데요, 남자들은 간이 작아서 수억 혹은 수십억 대의 결정을 못한다는 이야기 말이죠.
남자들은 경기동향 따지고 여자들은 편익 따져
집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현재 경기동향을 살피고, 경제 사이클을 논하고, 자산의 균형적 분배에 관한 머리를 굴리면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아내들은 아이들이 커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족이 살아갈 편익이 많은 집을 간절히 원합니다. 이를테면 학군, 병원, 마트가 주변에 있는 곳, 유해시설이 적은 곳, 하다못해 아이들 학교가는 데 건널목이 적은 곳이 그런 데죠. 그리고 아이들의 진학처럼 무슨 계기가 생기면 그때 옮기려고 작정합니다.
이 때 부부간에 논쟁이 일 때가 많습니다. 어쨌든 집을 샀으면 모르는데, 만약 그러지 못했으면 갈등이 더 심화됩니다. 잠깐 지났는데, 목표로 했던 집의 가격은 저만치 멀리 가 있습니다.
아내는 "그 때 사자고 했는데 당신 땜에 망했다." 그러고 남편은 궁색한 나머지 "좀 더 있어봐 또 내릴 거야."라며 변명합니다.
집값이 올랐다가도 내리는 건 분명히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집값, 특히 수도권 내지 서울의 집값, 또 그 안에서도 이른바 핵심지역의 집값은 계단식 상승으로 부동산 불패신화를 만들어온 게 현실입니다.
인구감소로 20~30만 도시 본격 하락...대도시는?
그렇다면 한국의 집값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요. 인구감소는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시골은 차치하더라도 지방도시들의 경우 몇몇 혁신도시들을 제외하곤 지금도 집값이 하락세에 가깝습니다.
일본이나 유럽 사례를 보면, 본격적인 인구감소와 함께 인구 20,30만 안팎의 도시에서 집값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대도시 집값 견인>
-지방인구의 수도권 대도시 유입
-3개월 이상 체류 외국인 증가
-1인가구 증가
대도시 역시도 피해갈 수는 없지만 대체로 대도시는 인구 감소세가 느린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세가지 변수 즉 ▲지방 청년인구의 대도시 유입 ▲외국인 증가 ▲1인가구 확대가 그나마 지탱해줍니다.
최근 통계청 발표를 보니까 우리 인구가 1년 전보다 8만2천명이 늘면서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는데, 그게 외국인 증가 때문이더군요. 3개월 이상 국내 체류중인 이들 외국인 수는 이제 2백만명에 육박하며 주로 대도시에서 집을 구합니다.
혼자 살지만 집 한채가 필요한 1인 가구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와 비교해 4.4% 증가했습니다.
마무리하자면, 인구감소에 따른 전반적인 집값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대도시는 위의 세 가지 요인으로 제법 오래 버티고▲특히 대도시의 인기 핵심지역은 인구감소나 노령화에 관계없이 지속 상승해 다른 지역과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반포 등 이른바 최종 상급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이 최근의 집값 상승을 주도하면서 '아파트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현상도 사실상 이런 배경을 깔고 있는 것이라 봐야겠죠.
유럽 대도시 핵심지역 집값은 400년간 올라
현재 국토연구원 원장으로 있는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유럽 연구를 보면 물가를 감안한 집값의 실질가격 상승율이 대도시의 경우 4백년간 꾸준히 올랐다."고 말한 적 있더군요.
유럽 역시 인구가 정체된 상태인데다 당장 2026년부터는 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든다고 하고, 또 지역별로 집값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을 먼저 겪은 만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은 어떨까요. 도쿄 상황을 보면 우리 아파트와 유사한 도심 맨션의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예전의 고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반대로 지방은 빈집이 넘쳐나면서 주택 양극화가 우리보다도 더 극심한 상황입니다.
집 없는 사람, 지방에 집이 있는 사람, 수도권에 집이 있지만 비인기 지역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복장 터지는 이야기일테지만, 비슷한 외국의 사례로 본 우리 집값의 예상되는 미래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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