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지배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부동산 불패 신화는 항상 서울 강남에서 시작됩니다.
최근 서울서 가장 '핫'한 아파트로 불리는 반포의 원베일리 전용 84㎡, 속칭 '국평'이 실거래가 60억원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이달에만 5조원 늘었는가 하면, 이번 달 넷째 주의 서울 아파트 매매값 상승폭이 지난 2018년 9월 이후 5년 10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는 발표도 나왔습니다.
어딘가 묘한 데자뷰가 느껴지지 않나요. 문재인 정부 때의 집값 폭등 말이죠.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던 현 정부 입장에선 아주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네요.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시장경제를 해치는 과도한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인데, 부동산 부분에서는 스스로 물러섰습니다.
당초 폐지까지도 검토했던 종부세 개선안이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빠진 겁니다. 종부세 감면이 '부자감세'라는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에 정부가 긴장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부동산 가격은 정권 재창출 여부의 가늠쇠가 될 정도로 그 파괴력이 큽니다. 그말은 시장경제 논리대로 풀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있다는 이야깁니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은 경제재가 아니라 정치재인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죠.
정치재는 논리와 합리, 일관성으로 다룰 수 있는 재료가 아닙니다. 시장의 힘을 믿고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책 일관성은 부동산의 영역에서는 마음 편하게 적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시장안정은 집값이 내리는 것?
그런데 여기서 한번 솔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부동산, 특히 집값은 오르는 게 좋을까요 내리는 게 좋을까요. 이런 우문에 상식적인 답변은 집 가진 사람들 입장에선 오르면 좋을 테고, 없는 사람들은 내리면 좋겠죠.
경제학적으론 집값은 물가상승률에 비추어 적절히 오르면 자산효과 등으로 소비진작에 좋고, 국민들의 노후대비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간의 폭등세는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입니다.
특히 급등세가 서울 강남이나 용산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지속될 경우, 그것은 집 없는 사람은 물론 집 가진 사람에게도 엄청난 박탈감을 안겨줘 정치적으론 정권 재창출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죠.
그래서 시장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고 행정부나 지자체를 이끌더라도 본인의 소신 대로 펼칠 수 없는 것이 부동산 정책입니다.
물량 늘리면 집값 안정되지만, 정권 입장에선 '남 좋은 일!'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급등세의 진앙지 주변에 주택공급을 늘리면 됩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습니다.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의 재건축 재개발을 확대하면 당장 집값이 더 꿈틀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수혜를 보는 동시에 다른 지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재건축이 통상 4-5년 넘게 걸리다보니 입주를 통해 집값이 안정되는 시기는 다음 정권 혹은 다음 지자체장이 맡게 될 때이라, 현 정권이나 지자체장 입장에선 시쳇말로 '남 좋은 일' 시키는 셈입니다.
요즘은 더욱이 건축비가 크게 올라 분담금이 높아져서 주민들이 선뜻 재개발 재건축을 받아들이기도 힘듭니다.
최근에 서울 그린벨트까지 풀어서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정책이 발표됐지만 이것도 산 넘어 산이죠. 어디를 해제할 지, 토지보상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지, 땅 주인들과의 갈등은 어떻게 넘어설지 등 극복해야 할 현안이 많아 어느 세월에 될 지 모릅니다.
고통이 수반되지만 당장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 다음 정권이나 후임 지자체장이 정책의 과실을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큰 일에다, 온 힘을 쏟을 정치인들이 얼마나 될까요.
결국, 국내에선 부동산이 경제재가 아니라 가장 민감한 정치재라는 점, 그리고 날이 갈수록 정치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부동산 정책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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