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새 가을 4일, 겨울 22일 감소 (30년 단위 전국 기준)
가을비가 내리면서 혹독했던 2024년 여름의 자취도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한국의 아열대 기후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고, 국민들도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폭염을 뚫고 우리 옆에 성큼 다가온 가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가을의 시작일은 9일간 하루 평균 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 날로 정의됩니다.
기상청이 만든 1912년 이후 109년 간의 한반도 기후변화 보고서를 살펴보니, 분석 기간 초반 30년의 사계절은 봄·여름과 가을·겨울 길이가 반반이었네요.
그 이후 봄 여름의 길이가 점점 늘어나면서 최근에 와서는 전체 계절의 57%를 차지한 반면, 가을 겨울의 길이는 줄어들어 43%를 차지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사계절의 비율 변화 %>
1912년~1940년 / 봄·여름(50) : 가을·겨울(50) → 1991년~2020년 / 봄·여름(57) : 가을·겨울(43)
가을만 떼놓고 본다면 1940년 이전 30년에 비해, 1991년 이후 30년의 가을 길이가 4일 줄었는데, 22일이나 줄어든 겨울에 비해서는 그나마 감소폭이 적은 편입니다.
서울의 가을 시작일 100년간 17일 밀려, 기간은 11일 감소
계절의 길이가 감소했다는 것은 시작일과 종료일이 변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만 본다면, 지난 1912년~20년의 경우 9월 12일에 시작됐던 가을이 100년이 지난 2011년~20년에는 9월 29일날부터 시작돼 시작일이 무려 17일 가량 늦춰진 걸 볼 수 있습니다.
종료일은 11월 16일에서 11월 22일로 밀렸는데, 그 지속기간 역시 66일에서 55일로 11일이나 줄면서, 전체 계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에서 15% 정도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변화폭이 적지만, 어쨌든 이런 추세로 감소한다면 언젠가는 가을이 없어지고 여름에서 바로 겨울로 간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겠네요.
기상청, 계절별 길이 재조정 작업 시작
기후변화는 이제는 모두의 상식이 된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이 더워지면서 차가운 공기의 세력이 약해진 것인데, 이는 벼농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농업 및 생태계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 추석 때 시골을 가보니 잘 익은 벼의 중간 중간이 누렇게 변했는데, 유례없는 가을 폭염으로 인한 벼 멸구 피해 때문이었습니다. 결실의 가을축제가 가을재앙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기후 변동이 점점 심해지자 기상청은 한국의 계절별 길이를 재조정하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3개월 단위 사계절 구분, 즉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월~이듬해 2월)이 온난화 현상으로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오랫동안 사계절의 규칙적인 변화에 맞춰 생활해왔고 여러 인프라 역시 거기에 맞춰 만들어져왔는데, 만약 예상대로 2100년에 한반도의 50%가 아열대 지역으로 변한다면, 우리 의식주 전반에서 엄청난 충격과 비용을 치뤄야 할 겁니다.
결실과 사색의 계절 가을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앞에 두고, 그 원인을 제공한 인간의 잘못을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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