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운전자 잇따른 사고에 급발진 주장
며칠 새 70대 운전자의 연쇄 충돌사고가 큰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울산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골프연습장 주차장으로 돌진해 주차된 차량 10대를 충돌한 지 사흘 만에, 서울 구로구 고척교 도로에서 이번에도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가 승용차 7대, 버스 1대와 사고를 냈습니다.
두 사고 모두 운전자들은 공교롭게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령운전자 사고 = 급발진 주장>이 일종의 공식처럼 제기되는 상황이 급속한 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리면서, 여러가지 복잡하고 불편한 마음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페달 오조작 여부, 페달 블랙박스로 간단히 확인가능
끊임없이 벌어지는 급발진 논란의 핵심은 가속페달을 밟았는지 여부입니다.
이 논란을 간단히 매듭지을 수 있는 방법은 운전석 아래 쪽을 비추는 페달 블랙박스의 설치입니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 서울 시내의 14개 택시회사 155대 차량에 페달 블랙박스를 시범장착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이들 차량에서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했다면 곧바로 사실여부가 확인이 되겠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페달 블랙박스
이렇게 쉽게 해결이 가능할 거 같지만, 조금 더 들어가 보면 간단치가 않습니다.
얼마 전에 70대 시아버지에게 페달 블랙박스를 선물했다가 혼쭐이 난 며느리의 사연이 이슈가 됐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인 즉, 시아버지가 억울한 사고를 당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페달 블랙박스를 사드렸는데, 남편과 시어머니가 "노인네가 급발진 거짓말을 할까 봐 그걸 샀냐"며 비난했다는 거였죠.
어찌보면 모두가 원해야 하고 모든 차에 장착이 필요한 페달 블랙박스일진데, 왜 이런 분란이 생기는 걸까요.
급발진 이슈 초기 때와 달리 '급발진 피로감' 급증
우리 사회에서 급발진 논란은 30년 넘게 첨예한 이슈였습니다.
초기에는 급발진 의심사고에서 거대 자동차 기업에 홀로 맞서야 하는 소비자 측면에서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접근해왔고 국민들도 그렇게 인식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사회 전반적으로 급발진 주장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데다, 여러 정밀조사에서 소비자의 과실이 많이 드러났기 때문에 운전자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시청역 급발진 주장 사고에서, 국과수 분석결과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걸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 급발진 의심사고 58건 가운데, 이같은 페달오조작으로 드러난 사고가 53건이었다고 국과수는 밝히고 있습니다.
또, 이들 사고의 대부분을 70대 고령층이 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지능력 저하에 따른 실수에 급발진 핑계를 댄다는 의심까지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페달 블랙박스 '심리적 애물단지'
이런 상황은 상식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도입이 마땅한 페달 블랙박스를 '심리적 애물단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차를 몰다 순간적인 실수로 사고를 낼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본인의 실수임을 더 명확하게 입증해주는 페달 블랙박스가 달가울 리 없을 테죠.
온갖 상황에서 운전하다보면 누구 잘못인지 가리기 힘든 사고도 있게 마련인데, 그 때 내가 장착한 페달 블랙박스가 명확히 나의 잘못을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면 누가 좋아할까요.
제조업체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확인된다 할 지라도, 페달 블랙박스가 0.0001%의 확률로 진짜 급발진을 밝혀낼 경우 집단소송 등으로 천문학적 손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국회에서 장착 의무화 법안 발의 ... 국토부는 반대 입장
이런 가운데 페달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 법안까지 발의됐습니다.
국회 통과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차량 결함 뿐만 아니라 운전자 실수까지도 밝혀낼 수 있기에, 오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설치 의무화의 경우 무역마찰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에 그보다는 자발적 장착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습니다.
마침내 급발진 논란에 종식을 가져올 좋은 수단이 나왔지만, 정작 '진실 확인'을 두려워하는 제조업체와 소비자의 심리에다 국제분쟁을 우려하는 정부의 입장 속에서 페달 블랙박스가 어디로 갈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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