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쇠퇴하는 은퇴 전후 경조사비 폭증
대한민국에 살면서 경조사비 부담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2018년 한 조사에서 직장인들의 한해 경조사비 부담이 평균 155만원이었다는데, 그동안 물가 오른 걸 감안하면 요즘 부담은 평균 200만원을 거뜬히 넘을 것 같군요.
좋은 일 슬픈 일을 함께 하는 게 관계의 기본이라 이를 제3의 세금이라 칭하는 게 불편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선 큰 부담인 게 사실입니다.
거기에 더해 경제력이 쇠하는 즈음에 경조사비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50·60대, 자녀 결혼에 부모 사망 겹쳐
연령대별로 경조사 참여 행태를 분석한 여러 조사를 보면,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경조사비 부담이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더군요.
가장 큰 이유는 경조사 참석 횟수가 나이가 들수록 늘기 때문인데요, 특히 50대와 60대가 되면 현저히 증가합니다.
신한은행 조사를 보면 5,60대의 1년 내 경조사 참석은 5.8회로 2,30대의 두 세 배에 이르고, 40대보다도 월등히 높습니다. 그만큼 비용부담도 커진다는 이야기겠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이 연령대가 자녀 결혼과 부모 사망이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50대 후반의 남성 지인을 보니까 한 해 동안 두 번의 부고와 한 번의 청첩을 보내더군요. 본가와 처가 포함해서 부모가 네 분인데 그 분들 연세가 80대 이상이니 당연히 돌아가시는 분이 생길 테고, 자녀는 30세 안팎이니 결혼할 때가 된 거지요.
그래서인지 50, 60대의 카카오톡 단체방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경조사 알림이 뜹니다.
자녀결혼 끝나고 부모님 돌아가신 70대 이후에는 '뚝'
70대에 접어들면 경조사 알림 횟수는 뚝 떨어집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연령대에는 지인들의 자녀 결혼도 거의 끝났고 부모님들도 대부분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연령대 높아질수록 친한 사이만 챙기게 되는 경향
은퇴시점에 경조사비 지출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일까요?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경조사를 직접 방문해서 챙기는 대상은, 친하게 지내는 지인 사이로 한정되는 경향이 커집니다.
위의 표를 보면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40대가 포함된 것인데도, 40대 이상이 2030대에 비해 "친한 사이에만 직접 가서 챙기겠다"는 비율이 3.4%p 가량 높습니다.
반대로 가끔 연락하는 지인의 경우에는 20·30대의 17.6%가 직접 간다고 했지만, 40대 이상은 그 비율이 11.1%로 떨어집니다.
이는 20·30대들은 경조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반면, 40대 이상은 직접 참석해서 적은 돈을 내는 것보단 봉투만 보내는 게 낫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경조사비 액수도 나이들수록 내가 받을 금액 염두
경조사비를 책정하는 기준 역시 연령대에 따라 다르군요.
축의금 액수를 정하는 우선 순위는 연령대에 관계없이 똑같지만, "내가 받을 금액을 염두에 둔다"는 응답이 40대 이상에서 확연히 높은 게 눈에 띕니다.
실제로 경조사를 치른 중년의 지인들을 보니, 본인이 받았던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엑셀로 정리한 뒤 그에 맞춰서 상대에게 경조사비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젋은 사람들은 서로의 가능성을 보고 교제의 외연을 확장하지만, 중년 이상은 그럴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걸 방증하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능력 있을 때면 몰라도 경제력이 쇠해가는 은퇴 이후에 봇물처럼 쏟아지는 경조사에 대한 5060들의 현실적 대응은 '선택과 집중'이 될 수밖에 없고 "내가 받은 만큼 해준다"는 상응주의로 가는 것 같네요.
왕래도 없었는데 뜬금없이 날라오는 청첩과 부의의 낭패스러움
이런 심리적 저변이 깔린 상태에서 평소에 왕래도 없던 사람으로부터 뜬금없이 날라오는 청첩과 부고는, 전혀 모르고 있던 고지서처럼 달갑지 않을 겁니다.
경조사비 주고받기는 어찌보면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는 좋은 품앗이 풍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의 최고점과 경조사 참석의 최고점이 불일치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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