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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

수술인데 시술이라 부르는 이유 ... 환자는 두려움 덜고, 병원은 운영 도움

by 아이언맨65 2024.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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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이라 하면 덜 무서워, 심리적 부담감 완화

 

살다보면 불가피하게 약 복용만으론 안되고 물리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의사의 물리적 치료행위가 은연 중에 수술과 시술로 완전히 나뉘어 불리고 있습니다.

 

두 단어가 특별히 학술적으로 구분돼 있지는 않은데, 일반적으로는 수술은 칼을 대는 절개와 절단 행위가 들어가는 것이고, 시술은 칼을 대지 않거나 혹은 첨단장비를 이용한 최소한의 절개를 통해 치료를 하는 행위로 구분되는군요.

 

 

학술적이건 관행적이건 그런 건 젖혀놓고 어쨌든 모든 환자들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엄청난 심리적 부담과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혹시 잘 못 되면 어떡하나, 고통도 클 뿐더러 흉한 흉터가 남지 않을까, 오래 입원하면 생계는 어쩌나, 온갖 걱정이 난무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금방 퇴원이 가능한 '간단한 시술'이라 하면, 큰 안도감이 몰려올 겁니다.

 

저희 가족도 심혈관질환으로 여러 차례 병원신세를 졌는데 입원 및 치료를 앞두고 큰 걱정을 하던 차에, 담당 의사 선생님이 간단한 시술이니까 염려 안 해도 된다기에 그나마 심적 부담을 덜었던 기억이 있네요.

 

실제로 시술은 절개부위가 적다보니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출혈도 훨씬 적었습니다.

 

보험이나 진단서에는 수술로 기록

 

그런데 시술이란 표현이 워낙 많이 쓰이다보니 이 단어가 공식화된 것인지 궁금해지더군요.

 

공식화됐다면 각종 의료표기 항목에도 그렇게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몇년 전 심각한 서맥판정으로 입원했던 저희 가족은 병원으로부터 인공심박동기 시술을 해야한다고 들었습니다.

 

기계를 몸에 넣어야 한다기에 충격을 받았는데, 이것 역시 앞서 받았던 치료처럼 '시술'이라 하기에 그나마 위안이 됐습니다.

 

시술을 잘 받은 뒤 진료비 계산서와 보험청구 자료를 보니, 시술이란 단어는 그 어디에도 없고 모두 수술로 기록돼 있더군요.

 

 

우리나라는 시술, 외국은 수술로 표기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뒤에 미국의 유명한 액션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저희 가족과 같은 심장박동기를 심었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그리고 또 얼마 후 우리나라의 원로 배우인 신구 선생님도 같은 치료를 받았다는 뉴스가 나왔고요.

 

기사의 내용에서 재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일단 슈워제네거와 관련된 외신에서는  "Arnold Schwarzenegger Recovering from Surgery After Getting a Pacemaker"과 비슷한 제목이 많았는데, 기사 제목과 내용에서 거의 모두 surgery 수술이란 단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럼 국내 기사에서는 어땠을까요.

아놀드 슈워제네거, 심장박동기 수술 받고 "기계에 가까워졌다"
..................................................................................................
원로배우 신구, 심장박동기 시술 ... "숨 쉬고 있는 게 고맙다"

 

이처럼 똑같은 치료를 받았는데도, 외신을 번역한 슈워제네거 기사에서는 '수술'이라는 표현이,  반면에 국내 신구 선생 기사에서는 '시술'이란 단어가 쓰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언론마저도 명확한 의미 구분없이 시술과 수술을 혼용하고 있다는 이야긴데, 특히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는 심혈관질환이나 척추질환 같은데서 관상동맥중재술, 신경성형술, 추간공확장술 등의 많은 치료를 시술이라고 표현하는군요.

 

수술 설득에서  '시술'  유리, 병원 운영에도 도움  

 

의사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 사람들도 두 단어의 연혁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지는 않더군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의학기술의 발달로 치료방법이 워낙 다양해지다보니, 대체로 첨단 장비를 이용해 절개를 최소화한 의료행위를 시술로 부르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더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말을 조금 바꾸자면,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인데 그 환자에게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시술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환자 본인이 수술을 결심하는데 좀 더 쉽도록 만드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성형을 하려는 환자의 경우에도, 수술이라 말하면 심적 부담감에 머뭇거리지만 '간단한 시술'이라고 표현하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 병원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시술은 절대 간단치 않은 의료행위 

 

이렇게 환자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 병원 운영에도 도움을 주는 '시술'이지만, 말이 주는 어감처럼 절대 가벼운 게 아니라고 의사 친구들은 말했습니다.

 

저희 가족도 받은 바 있는 스텐트 시술의 경우, 허벅지나 손목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가는 철사를 심장까지 밀어넣어 조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잘못하면 철사가 혈관에 구멍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기에 고도의 스킬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수술은 위험한데, 시술은 안전하다는 이분법적 구분은 어불성설이란 겁니다.

 

시술을 가볍게 여기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아주 까다로운 시술에서 불가피한 사고가 날 경우에도, 환자들 입장에선 가벼운 시술에서 문제가 생긴 만큼, 명백한 의료과실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질환의 상황에 따라 시술과 수술 가운데 선택하는 것으로 봐야지, 시술이 무조건 쉽고 안전하며 발전된 의료행위로 여겨지게 하는 분위기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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