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항상 좋을 순 없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고난이 더 많은 게 인생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고행'이란 말도 나오는 거겠죠.
고난이 있을 때, 거짓말처럼 도와주는 이가 나타나고 빠져나갈 길이 생겨서 기적처럼 극복할 수 있다면, 고난은 오히려 기다림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고난은 대개 칡줄기처럼 질기고 엉켜 있어서 몸부림치는 가운데 상처가 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만 빠져나오게 되고 흉터까지 남깁니다.
이럴 때 가장 힘든 게 바로 고난의 벼랑끝에 혼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입니다.
어려울 때 떠나는 사람들
견디기 어려운 시련을 당했을 때, 경험적·심리학적으로 그 스트레스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방법은 믿고 의지하는 상대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 거라고 합니다.
굳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말없이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대만 있어도 마음의 고통을 덜 수 있고 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현실은 냉혹합니다. 직장, 사업, 공동체 등에서 온갖 형태의 고난을 겪을 때, 그래서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싶어서 주변을 돌아볼 때, 문득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아득한 벼랑끝에서 나를 떨어뜨리려는 사람들과, 그런 나를 언제 떨어지나 관망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나의 억울함을 알고 도와줄 수단이 있으면서도 뒤춤에 감춘 사람들만이 둘러싸고 있는 걸 목격하게 됩니다.
그들은 행여 나와 눈이 마주칠까 서둘러 시선을 돌리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내 스스로가 인간관계를 잘 못 해왔기 때문에 겪게 되는 가혹한 결과라며 자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잘못이 낳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가혹한 고난 때 누구나 겪게 되는 일반적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고난 때 충고는 약이 아니라 독
사람들은 남의 사정에 대해 좀처럼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은 누구든지 피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의 귀를 애써 열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말도 안 되는 헛소문 때문에, 혹은 돌발악재로 인한 사업실패로, 또는 큰 병에 걸려서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사람들은 그의 고통에 대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고 여길 때가 많습니다.
당사자에겐 그 어느 때보다 응원과 위로가 필요한데도, 실제로 그의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것은, 오히려 살을 에는 예리한 충고와 지적질일 때도 있습니다.
헛소문 때문에 명예와 사업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이에게 "평소에 사람 가려서 사귀라고 했잖아. 왜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냐?"고 말 한다면 약이 될까요 독이 될까요.
많은 이들은 치명적인 고난과 역경을 겪고서야 비로소 카톡에 수 백, 수 천의 친구를 담았던 게 얼마나 덧없는 일이었던 가를 가슴 아리게 느끼게 됩니다.
가장 효율적인 사귐의 방법은 고난 때 손 내미는 것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어려울 때 지인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거라는 믿음은 순진한 발상입니다.
너무 단정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재기하기 힘든 상황 말 그대로 벼랑 끝에는 항상 혼자 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독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게, 고난을 견디는 백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고난이 가장 깊은 인간관계 형성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벼랑끝에서 떨어지라고 밀어내거나 혹은 관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조용히 다가와 공감의 귀를 열어주면서 저 쪽으로 가자며 안내할 때, 그는 벼랑 끝에서 되돌아 재기의 길을 걸을 수 있으며, 손 내민 이를 평생의 벗으로 존경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고난은 세상 누구에게나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고난 당해 벼랑 끝에 서있는 타인의 모습이 언제든 내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신뢰를 얻는 효율적인 방법, 그것은 고난 당한 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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