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맛집 카페 들렀다가 인왕산 자락길 산책
청와대를 감싸고 있는 인왕산 중턱의 초소책방 카페와 그 주변 숲길을 다녀왔습니다.
초소책방은 예전 청와대 경비초소를 베이커리 카페로 리모델링해 민간에 개방한 곳으로, 서울 광화문과 남산일대를 굽어볼 수 있는 관람명소로 유명한 곳이죠.
주차공간이 협소해 항상 지나치기만 했는데, 모처럼 그 부근에 아침 일찍 일이 있어 갔다가 개장하자마자 들렀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눈이 그친 직후 흐린 날씨에다 미세먼지까지 많아서 저 멀리 남산이 뿌옇게 보이네요.
카페에서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난생처음 인왕산 자락길을 걸어봤습니다.
낙엽이 산길 전체를 덮고 있어 마치 융단 위를 걷는 것처럼 부드러웠고, 눈이 녹아 한껏 높아진 습기 속에 짙은 나무냄새가 녹아 있었습니다.
흐린 날씨가 자아내는 스산한 풍경에다 낙엽 삭는 향기가 더해지면서, 가을 끝자락의 운치가 느껴져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붉은 단풍잎이 짧은 가을을 아쉬워하듯 폭설을 이겨내고 매달려 있었으며, 따뜻한 색감의 떡갈나무 낙엽들은 이불처럼 땅을 덮고 있었습니다.
화려함만 따진다면 봄보다 오히려 가을이 더 나은 듯싶네요.
무거운 습설의 후유증, 곳곳에 나무 꺾여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좋은 숲이 있구나 감탄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풍경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이번 폭설에 꺾인 나뭇가지들이 나타난 겁니다.
특히 초소책방 뒤편에 있는 큰 바위틈에서 꿋꿋이 자란, 수령 수 십 년의 소나무 허리가 뚝 부러져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바위에 뿌리를 박으며 자랄 정도의 강인한 생명력이 눈 무게를 못 이겨 꺾인 광경에, 속이 많이 상하더군요.
이번 폭설은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뜨거워진 바닷물이 만든 습설이어서 그 피해가 더 크다고 합니다.
폭설이 예상되면, 천연기념물 같은 보호수종이나 많은 사람들이 아끼는 나무들만이라도 사전에 보호조치를 하면 좋겠는데, 그 비용이나 대상 선택과정이 만만치 않겠죠?
가을과 겨울의 교차 시기에 우연하게 처음 걸어 본 인왕산 자락길.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 준 좋은 시간이었지만, 안타까움 역시 교차하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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