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 본 휴양림 숙소
자연휴양림을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저곳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운 좋게 예약을 하게 됐네요.
강원도 인제에 있는 갯골자연휴양림이란 곳인데,
인제읍에서 6km가량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일반 숙박업소 형태인 '산림휴양관'과 독채로 된 '숲 속의 집',
그리고 오토캠핑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2023년에 완공돼서인지
모든 설비가 아주 깔끔했습니다.
보름달이 천창에서 얼굴로 떨어져
그런데 이곳에서 머물며 참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인제읍에서 식사를 거나하게 먹고 돌아온 뒤
소화도 시킬 겸 휴양림 숙소 주변을 몇 바퀴 산책했습니다.
가을 단풍은 거의 다 진 데다
밤이 되니까 공기까지 더 싸늘해져서
초겨울 분위기가 완연했습니다.
밤 10시가 다 됐는데도 공기가 맑아서인지
밤하늘에 보름달이 해처럼 떠 있고
은모래 같은 별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숙소를 몇 바퀴 돌고 나니
뱃속도 훨씬 편하고 해서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무심결에
누가 얼굴에 플래시를 비추는 것처럼
환해지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라 잠이 깼습니다.
정말 천장에서 강렬한 빛이 발산되고 있더군요.
방안은 캄캄한데,
천창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와
희한하게도 내가 누워있던
얼굴 부분만을 비추는 거였습니다.
위의 오른쪽 사진이 바로 베개 부분으로
쏟아져 내려온 빛입니다.
고장 난 전등이 저절로 켜졌나 아니면,
누가 지붕에서 천창을 통해 손전등을 비추나까지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곧 깨달았습니다.
그건 다름 아니라
공교롭게 보름달이 천창을 지나며 달빛을 발산했는데,
그 빛이 우연히도 누워 자는 얼굴을
똑바로 비춘 거였습니다.
적막하고 캄캄한 휴양림 숙소에서
달빛이 잠을 깨울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않았지만,
뭔가 좋은 기운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어
싫지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경험한 휴양림에서의 숙박.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답답할 것 같았지만,
적적함 속에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네요.
2박 3일을 머무르면서
빡빡한 일정은 정하지 않고
게르마늄 치유온천으로 알려진 필례온천과
백담사를 둘러봤습니다.
세 번째 방문한 필례온천은
역시나 물이 좋았고,
처음 가본 백담사는 버스 타고 가는 길이
생각보다 험해서 놀랐네요.
동네 주민인 버스기사분이
맨날 가는 길이라 익숙해서인지
절벽이 수시로 이어지는 좁은 계곡길을
거침없이 내달렸는데,
저절로 안전벨트에
손이 갈 정도였습니다.
반면, 그 길의 끝에서 만난 백담사는
첫 방문객에게
너무나 편안한 느낌을 선사해서
대비되는 극단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백담사 앞 개천에는
수많은 방문객들의 소망이 담긴 돌탑들이
끝도 모르게 늘어서 있어 장관이더군요.
빡빡한 일정으로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일 테지만,
때로는 휴식을 메인으로 하면서
최소한의 장소를 둘러보며
사색하는 방법도
참 좋다는 걸 체험한 인제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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