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심장질환 가운데 맥박이 늦게 뛰는 서맥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지난번에 저희 가족이 협심증과 역류성식도염을 앓았고, 그 두 가지 질환의 비슷한 느낌에 따른 혼란과 구별법을 설명하는 자료를 올렸었는데요.
공교롭게도 협심증 시술을 두 번 받은 뒤 오랫동안 약물 관리를 하던 중에, 또다시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이상증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약을 제대로 안 먹었던 것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꾸준히 검진도 이어왔기 때문에, 그 증세가 일시적인 예민반응일 거라며 별 것 아닌 것으로 애써 치부했지만, 마음 한편에서 흘러나오는 서늘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죠.
서맥의 조짐
-걸을 때 숨 차고 어지럼증
-말을 할 때도 심호흡 필요
-극심한 피로감과 식은땀
대표적인 증세가 여럿이 조금 빠르게 걷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사람 혼자 숨이 차고 어지럼증이 온다며 호소했습니다.
한 번은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데, 너무 숨이 차다고 말해 가족이 모두 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었다가 간 적이 있습니다.
증상은 그전에 느꼈던 협심증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협심증은 압박하는 통증이었던데 비해, 이번 증상은 숨이 많이 가쁘고 어지럽다는 거였습니다. 다만 식은땀이 나는 부분은 같았네요.
때로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한없이 가라앉는 듯한 아득한 느낌이 온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특히 운동을 할 때면 숨이 가빠서 수시로 멈추더군요. 심지어는 낮에 회사에서 회의 중에 크게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힘이 들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일과 스트레스가 많아 그러려니 생각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아침에 보니, 식은땀으로 온몸이 젖어있고, 물에 젖은 낙엽처럼 움직이기 힘들어했습니다.
마침 차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간략한 심전도 검사 기능이 있는 걸 기억하곤, 작동을 시켜보니 계속 이상 반응이 떴고, 어쩔 수 없이 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심장에 기계를 넣어야 한다니
-서맥의 치료방법은 박동기 삽입뿐!
병원에서 너무 빨리 진단과 처방이 나와서 무척 당황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오래 심장검사를 했는데, 아무래도 맥박이 50 이상으로 뛰지 않고 때로는 30 대까지 내려갔습니다.
맥박이 정상보다 빠르게 뛰는 빈맥은 약물과 전극도자절제술 등 몇 가지 치료의 선택이 있지만, 서맥은 인위적으로 맥박을 조절하는 심장박동기를 넣는 수밖에는 치료방법이 따로 없다고 하더군요.
협심증 관리를 20년 가까이 잘해왔던 그이기에 무척 당혹스러워하고 절망감을 느끼더군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라고 하지만 심장에 기계까지 넣어야 한다는 게 어떤 선을 넘는 느낌이어서 가족 모두 굉장히 망설여졌습니다.
오른손잡이는 왼쪽 가슴에
-이틀 만에 퇴원
-일상생활 가능
서맥의 정도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해서 다른 선택이 없고, 심장박동기를 넣어도 활동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설득에, 진단받은 그다음 날 인공박동기 삽입시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오른손잡이라고 하니 왼쪽 가슴에 박동기를 넣더라고요. 오른손의 잦은 움직임이 시술부위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반대편에 자리 잡도록 한다는 거죠.
명함의 반만 한 박동기를 왼쪽가슴 지방층에 삽입한 뒤 박동기에 연결된 전극선을 부근 정맥을 통해 심장까지 집어넣어 전기 자극으로 맥박을 뛰게 하는 장치였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 액션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 님과 우리 원로 배우 신구님도 같은 시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어쨌든 시술을 마친 뒤 이틀 만에 퇴원했는데, 그동안 본인이 겪은 고통과 가족 모두 마음을 졸인 것에 비해선 그 회복과정이 너무 빨라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물론 불편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관련 내용은 이후 글에서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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